'징통 철도 이야기관'을 나와 서둘러 발길을 재촉합니다.
그 순간까지 저는 기차를 못 탈 거라는
가능성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...
15화 '대만' 기차여행; 핑시선(平溪線), 대나무에 희망을 담은 징통
징통역 주변은 '옛 거리'로 불립니다.
그 옛날 일을 마친 광부들이 모여들어 들썩였던 곳이죠.
당시 '아이스 & 드링크 바'는 광부들의 쉼터였고,
매일 저녁,
광부들과 드링크 바 웨이트리스 사이에선
로맨스가 피어올랐습니다.
이 철길 옆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
광부와 웨이트리스는 밀어를 속삭이기도 했다지요.
한해는 발렌타인 데이를 앞두고,
소원을 적은 대나무통을 담벼락에 걸기 시작했던 것이
지역의 전통이 되어
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.
사실 이 전통은 스펀 옛거리에서 시작됐습니다.
이후 핑시선의 다른 지역에도 퍼져 나갔고,
지금은 핑시선의 마지막 역인 징통의 상징이 된 것입니다.
광부들의 사연 많은 연애담이 무성했을 이 곳에
저도 작은 소망 하나를 남겼습니다.
40NT, 우리 돈 1400원 정도면
저 대나무통에 소원을 채울 수 있습니다.
"올 한해 모두 수고 많으셨고,
새해엔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."
여행 같이 가실래요?
by 서가이드
그 순간, 저 멀리 징통역이 술렁입니다.
아차,,,
서둘러 징통역으로 뛰어 갑니다.
17분이란 시간이 짧았던 걸까요.
아니면 '광부들의 로맨스'에 빠져 있던 탓일까요.
징통역에 도착했을 때,
열차는 이미 핑시를 향해 출발한 뒤였습니다.
온통 검은 이 녀석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죠.
"차라리 잘 됐다."
"핑시역까지 걸어가자. 1.8km 밖에 안 걸린데.."
어찌 되었든... 우리는.
핑시역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.
시간에 쫓겨 눈에 들어오지 않던 모습들이
마음의 눈을 뜨자,
그제서야 보이기 시작합니다.
11시 17분 열차를 탔다면,
이러한 모습들은 기억할 수 없었을 테지요..
언제 다시 올 지 모르는 이곳,
핑시를 좀 더 느끼기로 합니다.
누군가의 사랑..
누군가의 간절한 바램...
강한 자기 확신,,,
반성...
가족애,,,그리고 우정.
이 모든 바램을 뒤로 하고
우리는
핑시역으로 향합니다..
눈부시게 따사로운 징통의 푸른 하늘
단지, 걸음을 걷고 있는 것 뿐으로
추억은 쌓여만 갑니다.
빛 바랜 우산 위에도...
붉게 녹이 슨 철길에도..
누군가의 소원을 담고 있는 수 많은 대나무통에도...
그렇게 징통을 추억하며
...
우리는 징통과 멀어지고 있었습니다.
저 멀리서 징통역을 향해,
다가오는 한 무더기의 설레임...
징통에서 빌었던 소원은
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..
그래도...이곳을 다녀갔던 이들은,
징통을 분명,
내일도 모레도 그 훗날도
역시 어쩔 수 없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.
그렇게 징통을 추억하면서,,
천등이 날리는 핑시를 향해
우리는 걸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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